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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생명의전화

인사말

최근 우리사회의 사망원인 중에 심장마비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근래에 일어나고 있는 극심한 사회변동과 경제위기로 인해 발생하는 스트레스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지만 속으로 받은 스트레스가 종국에는 겉과 속 모두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Outliers)”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뉴욕 로제토 지역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뉴욕 로제토 지역은 놀랍게도 심장마비 환자가 거의 없는 곳입니다. 55세 이전에는 아무도 심장마비로 죽지 않고, 65세 이상의 경우에도 로제토의 심장마비 사망률은 미국 전역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스튜어트 울프(Srewart Wolf)라는 의사는 로제토 마을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로제토 사람들의 식생활, 운동 습관, 유전, 지역 환경 등을 조사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로제토 지역 사람들은 다른 지역 사람들과 별반 다른 모습이 없었습니다. 그럼 로제토 마을 수수께끼의 해답은 무엇일까요? 울프는 마을을 거닐다가 우연히 그 해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로제토 사람들이 서로를 방문하고 길을 걷다가 멈춰 서서 잡담을 나누며 뒤뜰에서 음식을 만들어서 나눠먹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는 그 마을의 사회적인 구조 밑에 깔린 일종의 ‘확장된 가족집단’에 대해 알게 된 것입니다.로제토 마을에는 한 지붕 아래 3대가 모여 사는 집이 꽤 많았고 나이든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습니다. 또한 카르멜산의 성모 교회가 사람들을 결속키시고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었습니다.
더욱이 고작 2천명이 사는 마을에 시민의 모임이 스물두 개나 되었습니다. 로제토 마을의 비밀은 마을 자체에 있었던 것입니다.

로제토 마을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사회를 다시금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 사회에 심장마비가 사망원인 중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가 단지 스트레스로 인한 것일까요? 서로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가족집단’이 붕괴되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디에서 마음을 나눌 수 있을까요?

인천 생명의 전화는 겉은 건강해 보이지만 마음병을 앓으며 괴로워하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을 품어주는 ‘확장된 가족집단’과 같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에 귀기울여주고 바쁜 길을 가다가 잠시 멈추어 서서 이야기를 나누어줄 수 있는 곳이 바로 인천 생명의 전화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우리들이 하는 일이 작아 보이지만 우리들이 하는 일은 생명을 살리는 위대한 일입니다. 모두가 많은 내면의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현시대 가운데 우리들로 인해 인천과 우리 사회에 희망의 물결이 넘쳐나게 될 것입니다.

이사장박상철